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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충남으로 떠난 가족여행기(1)

오랜만에 다섯 명의 가족 모두가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실질적으로 떠나는 일정은 1박 2일이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충청남도 보령의 무창포해수욕장을 목적지로 하여 여행을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휴식이 주 목적이었기에 중간에 들리는 장소를 최소화했다. 그동안의 여행은 여행지 주변에 위치한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는 답사여행의 성격이 컸다. 초등학생 때에는 2박 3일 동안 전국을 한 바퀴 돌면서 수많은 대한민국의 유명 유적지를 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의 기억들이 지금 이렇게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키워주지 않았나 싶다.

서해대교 주탑. 사장교로 총 길이 7,310m, 폭 31.4m이며, 주탑의 높이는 193m이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운산면을 지나 계속 달리다보면 고풍저수지를 옆에 끼고 어느덧 용현계곡이 나온다. 더운 여름철이라 계곡으로 물놀이를 나온 행락객이 많아 가뜩이나 좁아 차량의 왕복 운행이 불가능한 도로는 한 번 멈춰섰다가는 한참을 기다려야만 통과가 가능할 정도였지만, 큰 어려움 없이 주차공간을 찾아 차를 세웠다.

 

국보 제84호(1962년 12월 20일 지정)로 지정된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瑞山 龍賢里 磨崖如來三尊像), 일명 서산마애삼존불로 불리는 이 마애불은 1959년 4월, 부여박물관장이었던 홍사준 선생이 보원사터 유물조사를 위해 나왔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수소문하던 중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3권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국보 제84호)

서산마애불은 원래 절벽 위에 위치한 바위에 새겨져 있었으나, 발견 이후 축대를 쌓아 지금은 바로 앞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1965년에는 보호각을 준공하여 사용해 왔지만,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습기 문제와 지붕에 사용한 강회에 빗물이 스며들어 녹아내리면서 백화 현상이 발생하자 2005년 말부터 외벽을 제거하고 지붕 부분만 남겨두었다가, 2007년 12월에는 보호각 모두를 완전 철거했다.

사진가 이경모(1926~2001) 선생이 촬영한 1959년 11월 당시 서산마애삼존불의 모습.

인공 축대를 쌓고 보호각을 설치하였다가, 현재는 철거하고 축대만 남아있다.

'백제의 미소(Smile of Baekje)'라 불리우는 서산마애삼존불은 중앙에 석가여래입상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제화갈라보살 입상, 오른쪽에는 미륵반가사유상이 조각되어 있는 백제 후기의 마애불이다. 설명문에 따르면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다른 미소를 보이는데, 아침에는 밝고 평화로운 미소를, 저녁에는 은은하고 자비로운 미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산마애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석굴암과 동일한 동동남 30도로 동짓날 해가 드는 방향을 향하고 있어 햇볕을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며, 마애불이 새겨진 돌이 아래쪽으로 80도 기울어져 있어 비바람을 정면으로 피할 수 있어 보존에 있어서도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서산마애삼존불의 모습. 저 기울어짐이 비바람으로부터 지금껏 보호해주고 있다.

과거 언제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보호각이 있을 당시 서산마애삼존불을 보러 왔었으나, 이후 철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여행에서 다시 방문하게 됐다. 아쉽게도 햇볕이 너무 강해 특유의 미소를 볼 수는 없었지만 답답한 보호각 밖으로 나온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발길을 다시 옮긴 보람은 충분했다.

 

서산마애삼존불에 오기 전,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계곡에 들어서면 길가 왼편에 돌무더기와 그 위에 서 있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강댕이 미륵불이 있다. 원래 고풍저수지 안에 있었지만 수몰됨에 따라 이 곳으로 옮겨졌다. 더불어 서산마애삼존불 입구인 관리사무소에서 불이문을 지나 삼존불로 가다보면 왼편으로 석등 받침과 인근 보원사지 금당터에 뒤쪽에 있다가 옮겨온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2005년 3월 19~20일경 석불이 도난당해 지금은 사진으로만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답사여행의길잡이> 4권 충남편 102페이지).

서산 용현계곡. 피서 온 행락객들의 물놀이가 한창이다.

인근에는 서산 보원사지(사적 제316호)와 마음을 여는 절이란 뜻을 지닌 개심사가 자리하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한 번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보원사지에서는 석조(보물 제102호),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5층석탑(보물 제104호), 법인국사보승탑(보물 제105호), 법인국사보승탑비(보물 제106호)가 있으며, 이 곳에서 출토된 두 구의 철불은 국립중앙박물관 3층 불교조각실에 전시되어 있다.

 

상왕산 개심사는 예산 수덕사의 말사로 654년(백제 의자왕 14) 창건된 절로, 대웅전(보물 제143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보물 제1619호),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4호), 심검당(충남문화재자료 제358호), 명부전(충남문화재자료 제194호) 등이 있다.

철조여래좌상(통일신라, 높이 150cm)

고려철불좌상(고려, 높이 257cm)

서산마애삼존불을 나와 다시 서해안고속도로를 올라타서 목포 방향으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무창포 IC에서 다시 10분 정도 달리면 무창포 해변 옆으로 자리한 무창포 비체팰리스(www.beachepalace.co.kr, 충청남도 보령시 웅천읍 독산리 784-1)에 도착한다.

 

용평리조트에서 지은 이 곳은 27평형과 36평형의 숙소가 있으며, 건물을 Y자로 지어 어느 방에서든 서해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내에는 스파와 사우나, 테라피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별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식당도 있다. 숙박료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물론 이런 리조트는 비슷하겠죠?) 아버지 직장에서 무료로 숙박할 수 있도록 해 주었기 때문에 아무 부담없이 하루 잘 이용하고 왔답니다.

무창포 비체팰리스 전경(해안가에서)

무창포 비체팰리스 내부 모습

비체팰리스 바로 앞에는 무창포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무창포는 진도, 사도, 제부도와 더불어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바다 갈라짐현상(신비의 바닷길)이 일어나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 전인 8월 2일부터 4일까지 이 바닷길이 열렸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갯벌 체험마저도 시간대가 맞지 않아 이용해 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푸른 바다와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으니... ^^

무창포 해수욕잔 전경(파노라마, 클릭하면 커집니다)

바닷가에 왔으니 갈매기도 한 장~

우리가족 사진~ 'ㅇ')/

숙소에서 바라본 무창포 서해바다의 노을. 앞에 보이는 섬이 석대도이다.

붉은 노을이 일렁이는 바닷물에 비치우는 가운데, 배를 탄 사람들이 그 사이를 지나간다.

 

다음 글에서 계속... (8월 9일경 업로드 예정입니다)